한국언론정보학회 제21대 회장 취임사

31년 전,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은 서로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들은 어째서 서로를 찾아 나선 걸까요? 그때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제한돼 있었고, 젊은이들 가슴 속에 끓고 있던 시대의 요구에 답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 답을 찾고 싶었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내용을 혼자서 또는 몇몇이 외롭고 힘겹게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1988년도 1년 동안 이 학교 저 학교를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그 젊은이들은 많은 토론을 했고, 학문의 방향과 모임의 성격을 모아 연구회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사회언론연구회의 출범이었습니다. 연구회 안에서 서로 공부해온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고, 자주 논쟁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문적 신뢰를 쌓아갔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터득하고 깨달아가는 학문적 희열을 맛보았으며, 조금 먼저 앎에 도달한 사람이 나중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각자 자기 전공분야의 내용을 비전공자인 상대방에게 서로 알려주는 학문적 우애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사물과 현상을 보는 총체적 관점, 그리고 자기 입장과 공부의 방향을 돌아보는 반성적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언론정보학회의 처음을 돌아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오오하타 히로시 씨. 당시 동경대 조교로 있다가 연구를 위해 한국에 와 우리 학회(연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던, 아주 푸근하고 웃음이 많던 분입니다. 그분이 꼭 한 번 한국의 동료들을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어째서 당신들은 세미나장에서 보였던 계급적 관점과 태도를, 세미나가 끝나고 나면 다 잊고 엘리트의식으로 돌아가는가?” 이론과 실천, 이성과 감정의 괴리에 대한 질타를 받고 연구회 구성원들은 크게 반성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우리 학회의 초심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몇 달 전 한 회원께서 저에게 건의를 했습니다. “전임 회장이셨던 김승수교수님을 추모해야 하지 않을까요, 학문적으로!” 물론 고인께서 주로 활동하셨던 커뮤니케이션정치경제연구회에서 고인의 학문적 공과를 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학회 활동과 관련하여 상시적으로 의견을 전해주시는 이러한 회원님들의 말씀 속에 우리의 초심이 현재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저의 차기회장 선출 보도가 나간 바로 다음 날, 우리 언론정보학회에서 앞으로 1년 동안 세미나 주제로 쭉 밀고 갔으면 좋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긴 문자를 받았습니다. 우리 학회원은 아니셨습니다. 그분 소속 학회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안 될 것으로 보았던 것이겠죠. 이 문자로부터 저는 우리 학회가 바깥에서 어떤 기대를 받고 있고, 우리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총회 하루 전 21대 집행부의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전체 언론학계의 상황을 잠시 돌아보았습니다. 개인적 연구 역량과 연구 실적은 큰 발전을 이룩해왔지만 학회활동을 통해 그런 연구 성과와 문제의식을 나누는 일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연구자 각자가 자기 전공 분야와 연구 주제에만 몰입하여, 학회에서 조차 연구자 사이에 그리고 연구 분야 사이에 대화와 토론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 언론정보학회의 초심으로부터 다시 한 번 전체 학계가 배워야 할 시점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학회 활동이 다만 제도가 요구하는 연구실적 발표의 도구로 여겨진다면 그곳에서 학문 간 대화와 깨달음이 생겨나겠습니까? 그래서야 어찌 문제에 맞닥뜨린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의 대답을 기다릴 때 응할 수 있겠습니까. 21대 집행부에서는 이러한 한국언론정보학회의 초심을 되살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열정이고, 또 하나는 체계 정비입니다. 도약을 위해서는 바탕이 튼튼해야 합니다. 학회조직의 근간이 되는 체계를 점검하고 정비하여 학회의 역량이 지속되고 축적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 바탕 위에, 학회 회원 사이의 학술적이고 인간적인 소통과 교유를 활성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일은 우리 21대 집행부가 하겠습니다. 열정, 이것은 학회 회원 여러분께서 만들어주십시오. 세미나 주제를 제안하셔도 좋고, 학회 사업과 활동 아이디어, 건의 등 어떤 형태도 좋습니다. 그리고 세미나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 한국언론정보학회 활동을 통해 회원 모두가 학문적 성취감과 학회활동의 보람을 찾아 온 사회와 함께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취임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25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제21대 회장 손 병 우